역기점
역기점(曆起點, 영어: epoch)은 천문학에서 천체의 위치·운동을 나타내기 위해 기준으로 정한 시각이다. 역원(曆元) 또는 원기(元期)라고도 한다. 역기점은 특정 천체의 궤도 요소를 정한 시각일 수도 있고, 여러 천체의 좌표와 고유 운동을 비교하기 위한 표준 시각일 수도 있다.
역기점과 분점
[편집]천구좌표계에서 분점은 좌표의 방향을 정하고, 역기점은 그 좌표와 궤도 요소가 적용되는 시기를 정한다. 지구의 세차와 장동 (천문학) 때문에 천구의 기준 방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므로, 좌표를 기록할 때에는 기준 분점과 역기점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J2000.0은 특정 시각의 적도좌표계와 기준 분점을 나타내며, 단순히 달력의 2000년 전체를 뜻하지 않는다.
좌표와 역기점
[편집]천체의 적경·적위는 보통 역기점에 맞추어 제시한다. 관측 자료의 시각이 기준 역기점과 다르면 세차·장동·고유 운동을 계산해 좌표를 변환한다. 항성 목록에서는 별의 위치와 고유 운동을 한 역기점에서 제공하고, 사용자는 관측 날짜에 맞는 좌표로 보정한다. 인공위성의 궤도 요소도 특정 시각의 위치와 속도를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역기점이 자료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역기점의 표기
[편집]역기점은 보통 B 또는 J와 연도를 조합해 표기한다. Besselian epoch는 평균 태양년을 바탕으로 한 B1950.0과 같은 형식으로, Julian epoch는 율리우스년을 바탕으로 한 J2000.0과 같은 형식으로 쓴다. 표기의 숫자는 역기점이 시작되는 해의 소수 표현이며, 관측일의 시각·시간척도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J2000.0은 율리우스일 2451545.0의 지구 시간(TT), 즉 2000년 1월 1일 12시 TT에 해당한다. 같은 순간은 국제원자시(TAI)와 협정 세계시(UTC)로 표현하면 다른 시각 숫자가 된다. 이 차이는 지구 자전과 윤초가 시간척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기점 표기와 함께 사용한 시간척도를 명시해야 정밀한 좌표 변환을 재현할 수 있다.[1]
베셀년(Besselian year)을 바탕으로 한 역기점은 평균 태양년과 과거의 태양 운동 모형에 바탕을 둔 표기이며 B1950.0처럼 쓴다. 율리우스 역기점은 365.25일의 율리우스년을 사용하며 J2000.0을 기준으로 한다. 율리우스일을 JD라고 할 때 대표적인 변환식은 다음과 같다.
베셀년 기반 역기점은 오래된 항성 목록에서 주로 보이며, 현대 자료에서는 국제천구기준계와 J2000.0 계열이 일반적이다. 변환식의 시간척도와 베셀년의 정의를 함께 명시하지 않으면 같은 숫자를 사용해도 좌표가 달라질 수 있다. [2]
표준의 변화
[편집]국제천문연맹은 천문 상수와 기준계의 표준을 갱신해 관측 자료의 변환 방법을 정한다. B1950.0에서 J2000.0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세차 모형과 천문 상수의 채택과 관련되었다.[3] 오늘날에는 국제천구기준계(ICRS)와 이를 실현한 국제천구기준좌표계(ICRF)가 널리 사용되며, 자료의 역기점과 기준계를 함께 기록한다.
역기점은 물리적으로 천체가 그 시각에 생성되었다는 뜻이 아니며, 계산과 자료 정리를 위한 기준이다. 서로 다른 역기점을 사용하는 목록을 비교할 때에는 기준계, 세차·장동 모형, 시간척도와 고유 운동의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료와 계산의 예
[편집]항성 목록에는 보통 기준 역기점의 적경·적위, 고유 운동, 시차와 등급이 함께 실린다. 관측자가 현재 날짜의 위치를 계산하려면 먼저 기준 역기점에서 관측 시각까지의 기간을 구하고, 세차와 장동에 따른 좌표계의 회전, 별 자체의 고유 운동, 필요한 경우 시차를 차례로 적용한다. 태양계 천체의 궤도 요소는 역기점에서의 위치·속도와 함께 제공되며, 수치 적분을 통해 다른 시각의 천체력으로 전파한다.
관측 자료의 메타데이터에는 역기점만이 아니라 좌표계의 종류와 시간척도, 위치가 지심인지 지표 기준인지도 함께 기록한다. 같은 J2000.0 표기를 사용하더라도 기준계와 운동 모형이 다르면 좌표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료를 결합할 때에는 원자료의 정의와 변환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역기점의 유효기간이 지정된 자료도 있다. 지구 관측 위성의 궤도 요소처럼 짧은 기간에만 정확한 자료는 기준 시각에서 멀어질수록 오차가 커지므로 새 관측으로 갱신해야 한다. 반대로 장기간 평균 위치를 제공하는 항성 목록은 기준계와 고유 운동 모형을 명시해 여러 시대의 관측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용어의 구별
[편집]천문학의 epoch는 관측·계산의 기준 시각을 뜻하며, 지질학·역사학에서 시대를 나누는 연대 단위와는 범위가 다르다. 달력의 연도, 율리우스일, 역기점은 서로 변환할 수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또한 분점은 기준 방향을, 역기점은 기준 방향이 적용되는 시기를 나타내므로 문헌에서 두 용어를 서로 바꾸어 쓰지 않는다.
천체의 물리량에 붙은 역기점과 그 물리량을 표현하는 좌표계의 분점·적도 기준일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궤도 요소는 관측 자료의 최근 역기점과 J2000.0 기준 좌표계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으므로, 자료를 사용할 때 두 날짜를 하나로 합쳐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같이 보기
[편집]참고 문헌
[편집]- ↑ “IAU SOFA: Standards of Fundamental Astronomy” (영어).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 ↑ Jean Meeus (1991). 《Astronomical Algorithms》. Willmann-Bell. 125쪽.
- ↑ Aoki, S.; M. Soma; H. Kinoshita; H. Inoue (1983년 12월). “Conversion matrix of epoch B 1950.0 FK 4-based positions of stars to epoch J 2000.0 positions in accordance with the new IAU resolutions” (영어). 《Astronomy and Astrophysics》 128 (3): 263–267. ISSN 0004-6361.